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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책 그리고 생각] 밤의 사색, 헤르만 헤세


‘투쟁’에서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이래
나는 투쟁하지 않고 고결하게 고통받으며
침묵을 우위에 두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투쟁을 버리고 고통을 택하는 길을 발견했고,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인내의 의미를 알았고
공자와 소크라테스와 그리스도교가 똑같이 권하는 ‘미덕’을 찾았다.


우리는 모두 절망 속에 산다.
그리하여 깨어있는 사람은
모두 신과 무 사이에서 숨쉬고 오르내리고 오간다.
목숨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매일 같이 울컥 솟구치지만
인격과 시간을 초월하는
내면의 무언가에 의해 매번 저지당한다.
그리하여
영웅적이지 않은 나약한 행동이
오히려 용감한 행동이 되고
우리는 미래를 믿는 전통적 미덕을 조금 구해낸다.

신이 생각했던 인간,
여러 민족의 문학과 지혜가
수천년 동안이해해온 인간은
자신에게 쓸모없는 것에서도 기쁨을 찾아내고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존재이다.
아름다움을 기뻐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언제나 정신과 감각이 관여한다.
궁핍하고 위태로운 삶의 한 가운데서도
자연이나 그림의 색채,
폭풍이나 바다가 내는 소리,
인간이 만들어낸 음악에 기뻐할 줄 아는 한,
이익과 위기 뒤의 전체 세계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한,
장난치는 어린 고양이의 고갯짓에서부터
소나타의 변주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관성, 다양한 관계, 일치,
유사성, 반영을 감지하는 한
영원히 흐르는 언어를 들으며
기쁨, 지혜, 즐거움, 감동을 얻는 한

인간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마크튬.
밀란 쿤데라의 책에 나오는 단어중에 하나이다.
'원래 그렇게 될 일이다.'

나는 요즘 고통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면서 산다.
지금의 삶이 고통스러워서?

단순히 육체적/정신적으로 나눠지는
고통의 의미 외에도
어느것을 고통으로 볼 것인가,
또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하는 등등의 문제는
너무 주관적이고 범위가 애매모호해서
나스스로도 도대체 고통에 대해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딱 짚어내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투쟁’을 하고있다.
그 투쟁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이겨내고자 함인데
이겨내고자 한다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즐겁지 않다는 것은
몸도 마음도 그것을 불편해 한다는 것이고
또 그것을 다른말로 하자면 고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나의 하루하루가 투쟁이기에
나는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투쟁에서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무기력함에 투쟁할 의욕을 잃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쟁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 보고
어떤 통찰을 얻어낸 것은 아닐까

고결하게 고통받는 다는 것
투쟁이 주는 고통이 우리를 고결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그래서 우리의 정신과 감각이 나태해 지지않고
일상에서의 작은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감지하고 감탄하는 한,

나는 지금 이 고통과 투쟁들의 의미를,
내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겠지
고결하게.




저녁 내내 조성진의 베토벤 비창 2악장을 들었다
들을 때마다 그가 한음 한음 짚어내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깊이와 감정선에 감탄한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있는 내내
봄이는 여기 저기 오가며 나를 밟고다니고
바라보고 칭얼대고 애교부리고

그러다가 별다른 목적없이 집어든
헤르멘 헤세의 밤의 사색은
베토벤의 비창이
고양이 털의 부드러운 감촉이
나의 일상에 주는 아름다움을
다시금 mindfull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고통과 투쟁 그리고 절망에 대한 생각들에
또 새로운 insights을가져다 주었다.

마크튬.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일이었다.



어젯밤 엄마랑 카톡으로 나눈 얘기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겪는 고뇌, 불안, 고통, 우울 이 모든 것들 있잖아
그것까지 겪을 수 있는 깊이를 가진
나라는 인간이라서 감사하다는 생각.

저것들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런데 과연 저것들이 나쁘기만 한 것들일까?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는 것은 고통스럽잖아
누군가는 들어가기도 싫을거고
근데 들어가야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그 바다속의 세계도 있잖아.

근데 나는 이제
내 마음이 그렇기 깊이 들어갈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거지.”

좋은것, 나쁜것은
결국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일 뿐.
모든 감정과 사건들
그것들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나를 깊고 높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크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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